편두통, 진통제만 늘려서는 안 잡히는 이유
한 달 진통제 서랍을 열어보면 답이 나온다. 트립탄 처방전을 두 달 만에 다시 받으러 가고, 그 사이 일반 진통제까지 따로 사다 둔다면 이미 위험 신호다. 국제두통질환분류(ICHD-3)는 급성기 약물을 월 10~15일 이상 복용하는 상태를 약물과용두통 위험 구간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약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발작 빈도 자체가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복용 간격이 짧아질수록 두통이 만성화되는 악순환에 들어선다.
편두통은 한 번의 원인이 아니라 여러 유발 요인이 겹칠 때 역치를 넘어서며 터진다. 수면 부족 이틀, 생리 전 호르몬 변화, 유난히 길었던 회의 하나가 각각은 버틸 만해도 함께 쌓이면 뇌간의 통증 조절 시스템이 무너진다. 이 글은 그 역치를 관리하는 보조 수단으로 근적외선 광요법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실제로 어떻게 적용해야 발작 빈도에 변화가 생기는지를 다룬다. 통증이 이미 시작된 뒤 통증 부위를 없애는 이야기가 아니라, 발작이 쌓이기 전 역치를 지켜내는 관리법에 가깝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두통약을 먹어도 예전만큼 잘 안 듣는 것 같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는 약효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발작 빈도 자체가 늘면서 약을 쓰는 시점과 강도가 흐트러진 경우가 많다. 한 달에 두세 번이던 발작이 어느새 여덟, 아홉 번으로 늘어난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국제두통질환분류는 한 달에 15일 이상, 그중 8일 이상 편두통 양상의 두통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 만성 편두통으로 구분하는데, 이 경계를 넘기 전에 관리 방식을 손보는 편이 이후 회복까지의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편두통 발작이 반복되는 신경학적 기전
편두통을 단순히 뇌혈관이 확장해서 생기는 통증이라고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설명으로는 절반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발작은 대뇌 피질에서 시작되는 피질확산억제(Cortical Spreading Depression, CSD)라는 전기적 파동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의 탈분극이 파도처럼 대뇌 피질을 천천히 이동하면서 전조 증상(시야 찌그러짐, 섬광, 감각 이상)을 만들고, 이 파동이 뇌수막을 감싸는 삼차신경 말단을 자극한다.
자극된 삼차신경 말단은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와 서브스턴스P 같은 신경펩타이드를 방출한다. 이 물질들은 뇌수막 혈관을 확장시키고 비만세포를 활성화해 국소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를 신경성 염증(neurogenic inflammation)이라 부른다. 통증 신호는 삼차신경핵을 거쳐 시상, 대뇌피질로 전달되며, 이 경로를 통칭해 삼차신경혈관계(trigeminovascular system)라 한다. 최근 나온 CGRP 표적 편두통 치료제들도 바로 이 경로를 겨냥해 개발됐다.
발작이 반복될수록 통증 신호를 걸러내는 뇌간의 하행성 억제 회로가 지치고, 삼차신경핵 뉴런이 평소보다 낮은 자극에도 반응하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 상태로 넘어간다. 두피를 스치기만 해도 아프거나(피부이질통), 빛과 소리에 유난히 예민해지는 시기가 바로 이 단계다. 발작 빈도를 낮춘다는 것은 결국 이 감작 상태가 굳어지기 전에 역치를 올려두는 작업이며, 광생체조절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지점도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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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인지 아닌지 먼저 가려야 하는 이유
두통이라고 다 같은 두통이 아니다. 관리 방법을 정하기 전에 본인의 두통이 편두통 패턴에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다음 항목 중 세 가지 이상 해당하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 한쪽 머리(때로는 양쪽)에서 욱신거리는 박동성 통증이 4~72시간 지속된다
- 계단을 오르거나 몸을 움직이면 통증이 뚜렷하게 심해진다
- 빛, 소리, 냄새 중 하나 이상에 평소보다 예민해진다
- 구역감이나 구토를 동반한다
- 발작 전 시야에 지그재그 섬광이나 암점이 20~60분 나타난 적이 있다(전조 편두통)
반대로 머리 전체를 조이는 듯한 둔한 통증이 하루 종일 이어지고 움직여도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긴장성 두통에 가깝다. 이 경우 근적외선을 적용할 부위와 강도가 달라지므로, 두 가지를 혼동한 채 같은 프로토콜을 그대로 적용하면 효과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관리 방향도 엇나가게 된다. 두통일지에 통증 성격, 지속 시간, 동반 증상을 함께 남겨두면 이후 신경과 진료에서도 감별에 도움이 된다.
발작 빈도로 나누는 관리 강도
같은 편두통이라도 한 달에 한두 번 겪는 삽화성 편두통과, 절반 이상의 날을 두통과 함께 보내는 고빈도·만성 편두통은 관리 접근이 다르다. 삽화성 단계라면 유발 요인 회피와 수면 리듬 유지만으로도 충분히 조절되는 경우가 많고, 근적외선은 발작이 잦아지는 시기에 보조적으로 더하는 정도로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 반대로 이미 한 달 절반 가까이 두통이 있다면 자가 관리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예방 약물 조정이 필요한지부터 신경과에서 확인한 뒤 광요법을 병행 항목으로 추가하는 순서가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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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적외선 광요법과 편두통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편두통에 특화된 근적외선 LED 기기 임상시험은 아직 많지 않다. 다만 인접한 두 갈래의 연구가 이 접근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애리조나대학교 Mohab Ibrahim 연구팀이 2021년 학술지 Cephalalgia에 발표한 예비연구에서는 편두통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좁은 파장대의 녹색광을 하루 1~2시간, 10주간 노출시킨 결과 두통일수가 유의하게 줄었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 연구가 사용한 것은 근적외선이 아닌 가시광선 영역의 녹색광이며, 소규모 표본(29명)과 제한적 대조군 설계라는 한계를 저자들도 함께 밝혔다. 그럼에도 특정 파장의 빛이 삼차신경 경로의 흥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연구로 자주 인용된다.
근적외선 자체의 조직 작용 기전은 Hamblin이 2017년 발표한 광생체조절 리뷰에서 정리된 바 있다. 810~850nm 대역의 빛이 미토콘드리아 내 사이토크롬 c 산화효소에 흡수되어 ATP 생성을 늘리고 국소 혈류와 산화 스트레스 지표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또한 Naeser 등이 2011년 발표한 만성 외상성 뇌손상 환자 11명 대상 개방형 사례연구에서는 경두개 근적외선 조사 후 일부 인지기능 지표의 개선이 관찰됐다. 다만 이는 대조군이 없는 소규모 개방형 연구이고 대상 질환도 편두통이 아닌 뇌손상이라, 편두통 발작 빈도 감소로 곧바로 확대 해석하기는 이르다. 두 갈래 연구 모두 근적외선이 신경 조직의 대사와 흥분성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편두통 발작 빈도 감소를 직접 입증한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근적외선이 편두통을 없애준다는 확정된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신경 조직의 에너지 대사를 지원하고 국소 혈류와 염증 반응에 관여할 수 있다는 기전상의 개연성, 그리고 인접 영역(광요법 전반, 경두개 근적외선 조사)의 초기 연구 결과가 함께 쌓이면서 보조적 관리 수단으로 시도해볼 근거는 마련되어 있는 단계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런 이유로 이 글에서 제시하는 프로토콜도 약물 치료를 대신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발작 사이 관리 습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단계별 관리 프로토콜: 12주를 기준으로 강도를 올린다
발작 빈도 변화는 최소 8~12주는 지나야 판단할 수 있다. 그 전에 효과가 없다고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기간을 나눠 접근하는 편이 낫다.
| 기간 | 목표 | 적용 부위 | 파장·시간 | 빈도 |
|---|---|---|---|---|
| 1~2주차 (적응기) | 피부 반응 확인, 사용 루틴 정착 | 목덜미, 후두하근 부위 | 660nm+850nm, 8~10분 | 주 3~4회 |
| 3~6주차 (본 관리기) | 두통일지와 대조해 변화 추적 | 목덜미, 어깨 상부(눈·관자놀이 직접 조사는 피함) | 850nm 중심, 12~15분 | 주 5~6회 |
| 7~12주차 (유지기) | 발작 전조 감지 시 즉시 대응 | 전조 시 긴장이 몰리는 부위 위주로 조정 | 660nm+850nm, 10~15분 | 주 3~4회, 전조 감지 시 추가 |
1~2주차에는 효과보다 안전성 확인이 우선이다. 피부 발적이 다음 조사 전까지 가라앉는지, 두통이 오히려 심해지는 부위는 없는지를 살핀다. 3주차부터는 두통일지(발작 날짜, 강도, 유발 요인, 진통제 복용 여부)를 함께 써야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관자놀이나 눈 주변은 피부가 얇고 눈 보호가 필요한 부위라 직접 조사보다 목덜미와 어깨 상부 위주로 적용하고, 필요하면 이마 양옆을 짧게 추가하는 정도로 제한한다. 조사 거리는 피부 밀착에서 3cm 이내를 유지한다. 전조 증상(섬광, 시야 이상)을 느끼는 즉시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목덜미 부위에 10분 내외로 적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응법으로 시도할 수 있다.
자주 반복되는 실수와 교정 방법
편두통 관리에 근적외선을 도입한 사람들에게서 되풀이되는 실수가 있다.
- 발작 중에만 사용한다: 이미 통증이 심해진 상태에서 조사해도 즉각적인 통증 경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발작이 없는 날의 꾸준한 적용이 역치 관리의 핵심이므로, 통증이 없을 때도 정해진 빈도를 지켜야 한다.
- 2주 만에 판단하고 중단한다: 신경계 변화는 최소 6~8주는 지나야 체감된다. 짧은 기간 안에 효과가 없다고 그만두면 실제 변화 여부를 알 수 없다.
- 진통제 복용을 임의로 줄인다: 광요법을 시작했다고 처방 약을 스스로 줄이면 오히려 반동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약물 조절은 반드시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 두통일지를 쓰지 않는다: 기록 없이는 한 달 전보다 나아졌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 발작 횟수, 강도, 유발 요인을 매번 남겨야 한다.
- 강도를 임의로 높인다: 빨리 효과를 보고 싶어 조사 시간을 배로 늘리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피부 자극이나 일시적 두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해진 시간과 거리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 유발 요인 기록은 빼고 조사 기록만 남긴다: 근적외선 적용 여부만 체크하고 그날의 수면 시간, 스트레스, 식사 패턴을 기록하지 않으면 발작이 줄어도 무엇 덕분인지 알 수 없다. 조사 기록과 생활 요인을 같은 표에 함께 남겨야 다음 발작을 예측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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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호가 있으면 광요법보다 병원이 먼저다
근적외선 관리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이며, 다음 증상이 하나라도 있으면 자가 관리보다 응급 진료를 우선해야 한다.
- 벼락처럼 갑자기 터지는 최악의 두통: 수 초에서 1분 안에 최고조에 이르는 두통은 지주막하출혈 등을 감별해야 하므로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 50세 이후 처음 생긴 두통 패턴: 기존에 편두통 병력이 없던 사람이 새로 겪는 심한 두통은 다른 원인을 감별해야 한다.
- 발열, 목 경직, 의식 변화 동반: 수막염 등 감염성 질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
- 편측 마비, 언어 장애, 시야 결손이 전조 시간(60분)을 넘어 지속: 뇌졸중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 기침, 재채기, 힘주기로 악화되는 두통이 새로 생겼을 때: 두개내압 상승을 시사할 수 있다.
- 진통제 복용에도 발작 빈도와 강도가 계속 늘어날 때: 약물과용두통이나 만성 편두통으로의 이행 가능성을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이 목록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발작이 2주 이상 이전보다 뚜렷하게 악화되거나, 처방받은 급성기 약물의 반응이 갑자기 나빠졌다면 광요법 지속 여부와 별개로 진료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안전하다.
상황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법
편두통 유발 요인은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르게 겹친다. 상황에 맞춰 적용 시점을 조정하면 관리 체감이 달라진다.
생리 전 편두통
배란 후 황체기 말,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에 발작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예상 시작일 2~3일 전부터 평소보다 하루 한 번 더, 짧게라도 조사 빈도를 올려두는 방식으로 대응해볼 수 있다.
야근이 이어지는 주간
수면 부족과 모니터 앞 자세 유지가 겹치면 목덜미와 어깨 긴장이 두통 역치를 빠르게 낮춘다. 퇴근 후 스트레칭과 함께 목덜미 조사를 짧게라도 매일 이어가는 편이, 주말에 몰아서 관리하는 것보다 낫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
기압 변화와 수면 리듬이 흔들리는 여행 기간에는 발작 위험이 올라간다. 휴대 가능한 소형 기기로 이동 중 목덜미 부위를 짧게 조사하고, 도착 후 며칠은 평소보다 조사 빈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조 증상을 느낀 직후
시야에 섬광이나 지그재그 패턴이 나타나면 바로 조용하고 어두운 곳으로 이동해 목덜미 부위에 10분 내외로 적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응법이다. 다만 이것이 발작을 반드시 막아준다는 보장은 없으며, 처방받은 급성기 약물 복용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계절 변화와 냄새 자극이 겹치는 시기
환절기 기압 변화, 강한 향수나 담배 냄새, 밝은 형광등 조명처럼 감각 자극이 몰리는 환경도 편두통 역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흔히 꼽힌다. 이런 시기에는 외출 전후로 목덜미 조사 시간을 조금 늘리고, 실내에서는 조명 밝기를 낮추거나 편광 안경을 함께 활용하는 식으로 자극을 줄이는 습관과 병행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관리 수단에만 의존하기보다, 유발 요인을 함께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할 때 체감 변화가 더 뚜렷하다는 것이 임상 현장에서 흔히 확인되는 경향이다.
주의사항과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시점
편두통 관리에 근적외선을 적용할 때 지켜야 할 사항이다. 눈에 직접 조사하지 않고, 관자놀이 주변은 보호 고글을 착용하거나 짧게만 적용한다. 광과민성 약물(테트라사이클린, 아미오다론 등)이나 일부 편두통 예방약을 복용 중이라면 처방한 의료진과 먼저 상의한다. 임신 중이거나 갑상선 질환, 광과민 피부 질환이 있는 경우 해당 부위 직접 조사는 피한다. 피부에 지속적인 발적이나 수포, 통증 증가가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하나다. 근적외선 광요법은 신경과 진료와 처방 약물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발작 사이 관리를 보조하는 웰니스 습관이며, 편두통을 근본적으로 낫게 해준다고 단정하는 홍보 문구는 근거가 부족하므로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발작 빈도나 강도가 예상과 다르게 악화되거나 새로운 신경학적 증상이 생기면, 광요법 지속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처음 시작하는 2주 동안은 조사 직후와 다음 날 아침, 두 시점에 피부 상태와 두통 유무를 짧게 메모해두는 습관을 권한다. 별다른 이상 반응 없이 2주를 넘기면 그때부터 앞서 제시한 12주 프로토콜에 맞춰 강도를 조정해 나가면 된다. 관리를 이어가다 중간에 임신, 새로운 약물 처방, 다른 질환 진단 등 몸 상태에 변화가 생기면 그 시점에서 반드시 사용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